인구감소에 관한 2014년 마스다 보고서 ‘지방소멸’이 발표되자 지역 이름이 거론된 지자체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2040년 일본 전체 지자체 중에 약 절반 정도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소멸 가능 도시’란 구체적으로 20~30대 여성인구가 반감하는 지자체로 정의하는데 청년,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이 지역에 머무르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감소의 속도 차이로 인해 대도시는 살아남고 지방 소도시는 소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지방소멸에 대한 연구(‘한국의 지방소멸에 대한 7가지 분석’)도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우리나라 20~30대 여성인구 비중은 65세 이상 고령인구보다 2배 정도 많았으나 2015년 거의 1대 1로 감소하여 오히려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30년 후 전국 기초지자체 약 3분의 1 이상이 소멸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이다. 안성은 20~30대 여성인구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상대비가 0.5 이상으로 소멸위기 지자체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바로 다음 단계(0.5~1 사이)에 속한다.
대다수의 안성시민들은 다가오는 안성의 미래에 관해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희망적인 예측보다 비관적인 예측이 더 많은 것 같다. 그에 따라 산발적으로 처방이 나오기도 하지만 본격적으로 안성의 미래 비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필요성은 제기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 유치론와 국가철도 개설론이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처방인 것 같고 최근에는 행정구역 합병론까지 들려온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이러한 제안과 논의들은 포괄적으로 사회를 다시 디자인해야 할 시점이라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인구감소, 저출산과 고령화, 그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난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직면한 현실일 뿐더러 일본의 지자체 또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해에 면한 일본 중부 변방의 작은 지자체, 한국보다 더 빨리 초고령화된 호쿠리쿠 3개 현 후쿠이, 도야마, 이시카와의 생존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행복도 최상위, 노동자 가구 실수입 전국 1위, 초·중학생 전국학력평가 1위, 정규직 사원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노인과 아동 빈곤율 최저, 실업률 최저 등등.
그 중에서도 후쿠이는 출산율이 가장 높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편한 사회’라는 지자체의 목표설정이 다른 지자체와 비교가 된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아이를 낳아 키우기 편한 환경이기 때문에 여성이 일하기 편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당연히 맞벌이 비율 1위이고, 노동자 가구 실수입이 일본 최대 도시 도쿄에 앞설 수 있는 것이다. ‘호쿠리쿠 지방의 맞벌이를 통한 가치창조 모델’이라는 제목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지역경제가 바닥을 친 절체절명의 생존의 위기에서 주민과 행정, 그리고 기업이 그 위기를 공유하여 공동의 전략을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논픽션 작가 후지요시 마사하루는 ‘이토록 멋진 마을’에서 후쿠이 지역재생의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전하고 있다. 행정비용을 아껴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시 확대를 억제하고 시가 중심부에 자원을 집약하는 ‘콤팩트시티’, 대기업과 공장 유치에 의존하는 대신 지역 중소기업 육성과 지역 협업을 통한 자발적 발전 등등.
보통 시민이 ‘살기 좋은 안성’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할 점은, 어쩌면 후쿠이 지역재생의 전략과 아이디어가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정치와 경제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바닥을 쳤다는 자각과 그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공동체 정신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호균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