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연일 방송뉴스에서는 흉흉한 소식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혈육간 칼부림에, 예사로 아이를 버리고, 묻지마 범죄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연속극에 이어서 9시 뉴스는 꼭 시청하시는 우리 어머님은 “세상이 말세다, 무서운 세상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진짜 세상이 말세일까. 요새 젊은 친구들 표현처럼 ‘헬조선’이 돼가는 것일까. 대부분 시민들은 분명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황의 그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네 삶을 옥죄어오고 있다. 특히 복지안전망이 갈수록 허술해지고, 양극화가 심화돼가는 현실은 불안감을 더 키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최근 몇 년간 주목을 받아왔던 것이 바로 ‘사회적경제’이다. 치열한 약육강식의 정글과도 같은 시스템에서 낙오되고 배제된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경제, 자본의 수익보다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경제. 하지만 그것이 수사하는 설명에 비해 실제 사회적경제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아주 작을 뿐더러 지역사회에 기반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증시스템인 ‘사회적기업’보다 역사가 훨씬 더 깊은 ‘협동조합’은 예의 그 취지를 잃어버리고 표류한 지 오래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흔히 그 이유로 협동조합의 양 날개인 결사체로서의 협동조합과 경제조직으로서의 협동조합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경제적 이익에 치우쳐버린 현실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한 현실은 곧 주인으로서의 조합원을 거꾸로 수익을 위한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수익을 위한 과도한 투자가 부메랑이 되어 조합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는 장기불황에 협동조합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은 한정적인데 경쟁은 치열하니 갈수록 나빠지는 수익성에 협동조합은 업종을 불문하고 비상이 걸렸다. 이대로 기업들의 무차별 공세에 문을 닫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기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회적경제 역사가 오래되고 협동조합 생태계가 건강한 지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협동조합 7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간 협동’을 실천해오고 있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의 김성오 연구위원은 ‘협동조합간 협동’에는 세 가지 국면이 있는데, 첫 번째는 ‘협동조합간 거래를 늘리는 국면’, 두 번째는 ‘합병 내지 연합회를 만드는 국면’, 세 번째로 ‘협동조합 지역사회를 만드는 국면’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세 가지 국면에 안성의 현실을 대입해보면, 두 번째 국면만이 수익성이 떨어진 단위농협들 간의 합병논의로 진행되고 있을 뿐 아직은 요원한 미래로 보여진다.
그나마 기대를 해보는 것은 작년 몇몇 협동조합이 모여 아름다운가게 안성점에서 벌인 ‘아름다운하루’ 행사와 그 후속모임들이다. 디딤사회적협동조합, 안성햇빛발전협동조합, 안성신협, 안성두레생협,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작년에 아름다운 하루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그 수익금을 디딤사회적협동조합에 기부하면서, 초보적인 의미의 ‘협동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안성협동조합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안성 관내 협동조합들 간의 연대와 소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 4월 29일 시민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인 ‘인문학콘서트’도 그러한 공동 행사의 일환이다.
아직은 전체 협동조합 중 일부가 모여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의기투합하는 단계이지만, 서로 만나는 기회와 계기들이 쌓이고 쌓이면 함께할 협동조합도 늘고, 네트워크도 단단해져 김성오 연구위원이 얘기한 ‘협동조합간 거래’를 넘어 ‘협동조합지역사회’를 만드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협동조합간 협동’으로 지역에 ‘순환경제’를 만드는 것, 그것이 ‘불황’을 ‘협동’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 부디 서로와 서로가 ‘협동’이라는 손을 잡고, 혼자가 아닌 여럿의 힘으로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래본다. 안성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기대한다.
이성빈(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서안성조합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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