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할 자치시대,
문제는 ‘지방분권’이다
|
|
|
|
장호균  |
‘문제는…’ 시리즈의 총선 구호가 유행이다.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 ‘문제는 정치다.’ ‘뛰어라 국회야’나 ‘민생제일, 선명야당’도 어법만 다를 뿐 문제의 핵심은 이거라고 진단하는 수사적 맥락은 비슷하다. 어쩌면 ‘모든 게 문제야’가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허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정책이야’라는 당위도 현실 앞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한 것 같다. 우리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정치와 제도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선거구호가 우리의 삶을 조금도 나아지게 하지 못한다는 경험적 사실을 부정하기도 어렵지만, ‘정치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희망 없는 대안을 따르고 싶지도 않다. ‘문제는 지방분권’이다. 지방선거가 아닌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핵심이 지방분권이라니?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 국민을 대표’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선거구민의 의사에 구속되지 않고, 전체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한다. 물론 현실은 안 그렇다. 다만 인터넷 검색에 따르면 그렇다.
안성지역 국회의원이 19대 국회 공약대상을 수상했다. 공약이행 ‘자체’ 평가표는 국정공약, 지역공약, 입법공약, 재정공약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1~2개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공약의 공통분모가 지역공약이다. 지자체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공약이 지역공약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학교 운영위원 중 일부가 개인 자격으로 현 국회의원에 대해 지지선언을 했다. ‘누구나 교육발전을 말하고 있지만, 관건은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지지의 이유. 지지선언이 자유이듯 그에 대한 비판도 자유일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누릴 권리가 있는 교육, 그 예산의 확보가 왜 이토록 힘들어야 하는가 하는 거다.
정부와 여당은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추가 국고지원 없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키로 했다. 국고에서 지원해야 할 보육예산을 지방교부금에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제 도입 21년을 맞이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2할 자치’라고 비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자체 세입의 8할이 국세, 2할이 지방세다. 아무리 지역에 기업을 유치해도 그 세원의 대부분은 중앙정부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국세를 다시 배분받지만 복지, 교육, 안전 등 기본적인 국민 생활에 쓰이는 지자체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입법권, 행정권, 재정권이 자치단체에 부여되어 있지 않다. 중앙정부가 권한과 자원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데 지방분권 없이 지자체의 경제적 발전과 복지 확충이 가능하겠는가? 이건 아니다 싶은 국회의원의 지역공약 편중, 교육예산 확보 경쟁, 누리과정 예산 갈등 모두 그 뿌리에는 중앙집중의 과잉, 지방분권의 결핍이 자리하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와 전국 풀뿌리 바른지역언론연대가 20대 총선 후보들에게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를 정책 공약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는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 ▲자치입법권 강화 ▲기관위임사무 폐지와 사무배분 사전 검토제 도입 ▲자치기구, 정원 운영의 자율권 강화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 8:2에서 6:4로 확충 ▲국회 내 상설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등이 그것이다.
이번 총선에 여야를 막론하고 청년공약이 넘쳐난다.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시작은 지자체의 청년활동지원금 제도에서 비롯되었다. 메르스 사태의 대응도 비대한 중앙정부보다 지자체의 대응이 더 빨랐다. ‘문제는 지방분권’이다. 국민의 삶과 지역의 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경쟁,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의 개혁은 국회의원과 정당의 역할에서 시작될 수 있다.
장호균(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공동대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