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오시면 천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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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을 가다] 5주년 생일 맞은 아름다운가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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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영미 |
| ▲ 아름다운가게 천사들. 왼쪽부터 심우상 매니저, 아름다운가게 1천 시간 자원봉사를 한 권혜옥, 운영위원 윤남희, 민온기 씨. © 안성신문 |
빨래를 개다가 알록달록한 양말이 바구니에 담겨진 것을 보고 꽃바구니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아이들이 신었던 양말이고 또 신어야 하는 양말이니 당연한 생각이다. 모성이란 본능이 향한 사랑 바구니였을 테니까.
여기 누군가 입었던 옷들과 사용했던 물건들로 세상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올해 탄생 5주년을 기념하는 아름다운가게를 찾았다. 필자도 내가 사는 고장에 아름다운가게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반가워 한 기억이 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뜀박질이 가능한 다섯 살박이가 되었단다.
아름다운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장에서 뒤로 난 문으로 안내했다. 들어가니 창고 같기도 하고 사무실 같기도 한 공간이 있다. 잡다한 물건들과 박스들이 들어차 있는 것을 보니 기부한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빵과 김밥과 따듯한 차와 함께 네 명의 천사가 환하게 웃었다. 그들은 서로를 천사라고 불렀다. 그런데 천사에 분류가 있다. 활동천사, 기부천사, 구매천사로 구분된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천사의 분류명이다. 필자도 두 가지 천사는 가능하겠다며 한발을 끼어넣으려 하자 모두 웃는다.
윤남희, 민온기 운영위원과 아름다운가게에서 1천 시간 자원봉사를 했다는 권혜옥 천사, 그리고 심우상 매니저가 함께했다. 윤남희 운영위원은 전 공동대표를 지냈다. 네 명의 손주가 있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 얼굴의 윤남희 천사는 아름다운가게의 탄생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종 미소가 끊이지 않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고생담이다. 이렇게 즐거운 고생을 당신들은 왜 하지 않지? 라고 묻는 것 같다. 저녁마다 전화를 하고 여름 장마철에는 자다가도 일어나 창고의 물건들을 확인해야 잠을 잤다고 한다. 민온기 천사는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나와 헌옷가지를 정리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다.
그런 준비에 힘입어 2010년 11월 19일 아름다운가게 110호점이 안성에 탄생하게 된다. 일일카페를 열고 시민들이 매월 1만원씩 내 모아진 1200만원과 재능기부로 진행된 인테리어, 11명의 사회적 투자금으로 준비된 보증금 2500만원(2015년 8월 상환 완료)이 씨앗이 된 것이다.
이제는 하루 평균 55명의 구매천사가 다녀가고 150개 이상의 기증품이 들어온다. (2015년 10월 기준) 연 평균 기증량이 5만점을 웃돈다. 그동안 수익 배분된 누적금액도 1억3천만원에 이른다. 전국 117개 매장에서 수익배분이 가장 높다. 뿐만 아니라 지역 내 관공서, 기업, 학교, 각 단체들과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잠들었던 물건이 세상에 나와 빛을 보게 된다고 심우상 매니저는 자랑을 한다. 나눔에도 몇 가지로 나누는데 희망 나누기, 수시 나눔, 아름다운 나눔 보따리, 기금배분이 있으며 선정기준에 따라 나눔은 행해진단다.
| ▲ 타일에 기부이야기를 새겼다. 설명을 하고 있는 민온기 천사. © 안성신문 | |
두 자녀 나이가 3살, 5살 때 봉사를 시작했다는 민온기 천사는 5년 동안 한길로 왔다는 뿌듯함과 아이들에게 봉사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 보람이라고 말한다. 주위 사람들도 헌옷이 있으면 가져가라는 연락이 온다는 그녀는 아름다운가게에 온 마음이 푹 빠진 것 같다.
아름다운가게에서만 1천 시간 자원봉사를 했다는 권혜옥 천사가 개인적인 이야기가 별로 없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하신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라며 그녀 역시 밝게 웃는다. 그녀는 겸손하기까지 한가? 하는데 옆에서 봉사시간을 정해놓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만약 일이 생기면 누구라도 불러 대책까지 세워 책임을 다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성격을 성질머리라고 하지요? 농담을 건네자 크게 웃으며 격하게 고개를 흔든다.
주변 도시에는 아직도 아름다운가게가 들어서지 않았다. 오산, 평택, 이천, 천안에도 아직 들어서지 않은 것으로 안다. 훨씬 산업화되고 소비적인 도시다. 안성은 시민의 힘으로 자발적 아름다운가게가 탄생했다. 아직은 전국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우리의 정서가 누가 쓰던 물건을 다시 쓴다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다. 어깨에 콩이 튈지언정 내 자식은 제일 좋은 것으로 입히고 최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팽배한 사회다.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풀뿌리 마음으로 일궈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행복했다.
매장 들어가는 입구에 타일에 새긴 이름들이 가득했다. 노고가 있었던 그들의 이름이라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인식이나 홍보가 되지 않았는가를 묻자 타일에 새긴 이름을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름을 보면 했던 이들이 또 하는 경우가 많단다.
생산하고 소비해야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늘 새로운 물건에 유혹 당한다. 편리함과 위생이라는 명목으로 포장은 날로 과해진다. 새로운 물건 하나를 풀어보면 내용물보다 포장이 반인 경험을 누구나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갈까? 한번쯤 고민해보았다면 아름다운가게의 소소한 이념이 얼마나 값진가는 긴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누구라도 와 천사가 되어주세요. 환영합니다.”
봉사하면 우울증 치료도 된다며 윤남희 천사가 크게 웃는다. 한번 발을 들인 천사들 중에 이사를 가거나 직장문제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그만두는 이가 없단다. 정기 활동 천사는 43명(주부 26명, 학생 17명)이 단 한 번도 얼굴 붉힌 일이 없다고 했다. 여든이 넘으신 분도 계시고 봉사하는 날이 아니어도 나와 돕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지나가다 들르는 기부천사도 많다는 것을 보니 쉼터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요즘 자신의 소리 내기에 부지런한 세상이다. 남의 소리 듣기보다 내 소리에 치중하니 소통이 어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쉼터로서의 역할, 이것도 주목할 일이다. 그들은 두 달에 한번 열리는 실행위원회 날짜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서로가 좋아서.
| ▲ 새 주인을 기다리는 앙증맞은 신발들. © 안성신문 | |
인터뷰 끝날 무렵에 심우상 매니저가 이야기한다. (매니저는 아름다운가게 본부에서 발령을 받는다. 심우상 매니저는 캐나다 유학중에 아름다운가게와 비슷한 좋은 시스템을 알고 있었고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이 되어 공채로 들어왔다고 했다). 33살이고 지난해 12월에 안성의 아름다운가게로 왔다는 심우상 매니저의 목소리는 근사했다.
“일을 마무리하고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었어요. 어느 중년의 여자 분이 들어오신 거예요. 우리 활동천사 분들에게 좀 있다가 닫자고 부탁을 드렸어요. 그 분이 아주 밝은 니트 두 장을 들고 오셔서 묻는 거예요. 어느 색이 더 나은가를요. 결혼식은 올렸지만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었는데 늦은 신혼여행을 가시게 되었다면서요. 여행을 가시며 입으시겠다고요. 마음이 찡했어요. 저는 그중 밝은 색을 권해드렸어요. 그런 일도 잊지 못할 보람입니다.”
심우상 매니저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으로 필자의 귀에 전달되었다.
안영미 youngmi73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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