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래심줄 같은
안성시의 조형물 ‘집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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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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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의 안전진단과 보수는 시민의 통행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기본사업이다. 그런데 안성시장은 의회에 양호등급을 받은 안성대교 교량 안전진단 보수비용으로 10억원의 예산을 승인받아놓고 바로 다음날 도비 10억원을 합쳐 20억원짜리 대형 조형물을 세우는 사업으로 변경했다.
공교롭게 경기도 시책사업비 10억원이 내려오자 시는 자체 예산을 1억원 줄여 투융자 심사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까지 부렸다. 그것도 모자라 황은성 시장은 의회 본회의장에서 보은군은 우리보다 못한 작은 군인데도 80억원이나 들여 보은대교에 조형물을 세웠고 오산, 진천도 시행한 사업이라 주장하면서 안성에도 꼭 필요한 경관사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80억원은 보은대교 111미터 교량 전체 공사비임이 밝혀졌다. 시장이 의회에 허위사실을 보고한 것이다.
다행히 김지수 시의원이 이같은 안성시의 전횡을 포착해 올 7월 정례회의 때 날카롭게 지적해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이후 김 의원이 편법적인 예산전용을 바로잡고자 본회의에 수정 예산안을 상정코자 했으나 대부분의 의원들 반대로 실패했다. 의회가 사후 면죄부를 준 것이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안성시보다 의회가 더 문제다. 이러한 편법, 불법 예산전용의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더 문제다.
안성시는 그동안 여러 경관사업을 시행해왔다. 안성대교에 7억7천만원을 들여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등 도시미관을 개선, 시민들의 문화적인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시청 앞 봉산로터리 FRP소나무조명 조형물은 부정적인 여론과 작가와의 소송 끝에 철거됐고, 석정파출소 앞 바우덕이칠무동상은 대형 전광판으로 바뀌었다. 안성의료원 삼거리의 개구리 조형물도 없앴다.
무려 11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금석천 자연형 하천공사 말미에는 4억8천만원을 들여 구름다리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상한 것은 다리의 아치구조물은 4800만원인데 이를 상판과 잡아주는 V자 형태의 와이어를 설치하는 데는 1억5천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위치도 이마트와 대덕농협 중간에 있어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때도 시는 금석천의 랜드마크를 만든다고 했고, 결국 지금은 다리가 아닌 4억8천만원짜리 조형물로 서 있다.
몇 년 전엔 봉산로터리에 안성시를 대표할 조형물을 세우기 위해 6억원의 예산을 세워 상금도 걸고 공모전을 했으나 각계의 반대로 대상도 선정하지 못한 채 사업을 접은 적이 있다. 6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극적루도 지금은 안성시민 누구도 올라가지 못하는 조형물일 뿐이다. 왜 이렇게 조형물에 집착하는 것일까? 조형물을 세우면 랜드마크가 되는 것인가?
교량이 조형물로서 랜드마크가 되려면 다리를 놓을 때 설계를 잘하면 될 일이다. 양호등급을 받은 다리가 온전히 기능을 하고 있는데 안전진단과 보수를 한다며 예산을 승인받은 뒤, 보고도 없이 조형물을 세우는 사업으로 바꿨다면 사기에 가깝고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영국의 타워브릿지와 미국의 금문교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랜드마크 아니던가? 거기에 무슨 새로운 조형물을 붙였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냥 다리일 뿐이다. 오산, 진천에서 다리 위에 수십억을 들여 조형물을 세웠다고 우리도 따라해야 하는가? 멀쩡한 다리 위에 예산 낭비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시민안전을 위한 사업으로 전환하라. 차라리 꼭 필요한 곳에 20억원짜리 다리 하나를 놓는 일이 현명한 것이다.
권용일(안성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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