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을 만나 직접 겪은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1980년대 중반, 그때까지 여러 가지로 제한을 받았던 한국 근현대사 연구를 위해 새 모임을 만들었고 박원순은 경비를 대는 등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체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서 사무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그때 은행에 저당 잡힌 건물을 박원순이 은행부채를 떠안고 우리 연구소의 소유로 넘겨주었다. 이 건물 때문에 그의 집이 날아갔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 뒤에도 그는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등을 설립하면서 자기 주택 한 채 없이 지내왔다. 너무 안타까워 ‘독립투사가 아니니 가정도 돌보면서 일하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그는 돈만 생기면 책을 사서 필요한 기관에 증여하였고 바쁘게 돌아다니면서도 지하철이나 버스만을 이용한다. 단언하건대 그는 노인 대우도 할 줄 알고, 소외된 사람과 주부의 고통과 어린이의 보육에도 마음을 쏟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그를 평가해 보자. 오늘날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이나 자식을 군 면제자로 만들어 현역에서 빠지기도 하고, 주민등록지를 옮겨 다니면서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불법적인 뇌물이나 이권을 챙기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공직자 윤리를 최소한도라도 지키는 인물이 공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국민이 직접 뽑는 지방단체장의 경우, 이런 도덕성은 무엇보다도 요청된다.
절차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하려면 인물을 바르게 평가하고 그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바른 사람이 모략과 중상 탓에 부도덕한 사람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중상과 모략으로 난도질을 하고 극단적 이념 편향의 수법으로 재단하기도 한다. 이런 풍토에서는 정직하고 바른 신념을 가진 인물이 설 자리가 없다. 박원순을 두고 능력이 모자란다거나, 사회봉사자로 남으라거나, 정치적 출세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진보사상을 가졌다는 충고는 얼마든지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음모처럼 보이는 터무니없는 말을 만들어 인신공격하는 일만은 그쳐야 한다.
나는 오히려 그가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대로 너무 정직한 게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박원순, 그는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모처럼 그가 명랑한 시험장에서 시험을 잘 치르는 결실을 기대한다. 그래야 직접민주주의는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밑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