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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제목
: '국민 지켜야할 대통령 '천재' 발언 무책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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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권용일 |
작성일
: 2011-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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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지켜야할 대통령 '천재' 발언 무책임" | |
[인터뷰] 박수택 환경전문기자
"토목공사로 홍수 못 막는다던 공직자·학자 정권 바뀌자 표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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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치산치수의 새 패러다임은 자연의 물그릇인 산림과 하천변 홍수터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물길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이 일정 부분
양보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환경단체의 주장이 아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우효섭 원장이 한기연 선임연구부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8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내용이다.
서울과 경기 북부, 강원 지역에서 74명(1일 오전 현재)의 인명피해를 낸 집중호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당국은 ‘천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은 이 대통령은 “짧은 시간에 이런 용량의 비가 오는 데 맞춰 있는 도시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이번 폭우와 그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는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는 인재가 아니라 천재라는 인식을 보여줬다. 정말 그럴까.
한국환경기자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박수택(52․사진) SBS 논설위원은 지난 29일 “기후 변화 시대에 이런 종류의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고, 그에 대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게 정부와 대통령의 역할”이라며 “사흘만에 70여 명의 국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는데, 대통령과 공무원이 이번 사태를 천재라고 말하는 건 정말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은 해마다 홍수 피해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언론과 학자들이 문제점과 예방 대책을 촉구했지만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정책으로 추진한 게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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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열 기자 truth710@ |
| 그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적한 서울시의 불투수면적 문제도 ‘빗물 전문가’인 서울대 한무영 교수 등 여러 학자와 언론이 10여 년 전부터 얘기했던 것”이라며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도시의 불투수층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연구 결과물도 있는데, 지금까지 정부와 서울시가 한 일이 뭐냐”고 반문했다.
또 “강남 지역은 지대가 낮아 비가 오면 빗물이 모일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이런 곳에는 빌딩마다 지하 저류 공간을 두도록 하고 도로나 인도, 주차장 등 표면을 투수층으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돈을 핑계로 공사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도시를 개발할 때 빗물 저류 시설을 두거나 도로를 투수층으로 시공한다는 지침을 당국이 체계적이고 성의있게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인재라는 것이다.
박 위원은 이번 참사의 원인을 자연의 법칙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봤다.
먼저 그는 비가 내리면 일부는 땅으로 스며들고, 그 물(지하수)을 사람이 쓰고, 일부는 하천으로 흘러가고, 대부분은 증발돼 다시 비로 내리는 ‘물 순환의 법칙’이 깨졌다고 말했다. “각종 개발로 대부분의 땅이 콘크리트로 덮여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해 강(하천)으로 몰려드니, 강이 견디지 못하고 범람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산사태가 발생한 것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때문이다. 박 위원은 “이번에 인명 피해가 컸던 산사태 지역을 보면, 산자락을 깎아 집과 펜션을 지은 곳”이라며 “산이 평지와 만나는 지점인 산자락은 생태계의 접점이기 때문에 되도록 유지를 해 줘야 하는데도 그곳을 절개해 개발하다 보니
산이 제 기능을 못 하고 큰 비에 무너져 내렸다”고 탄식했다.
"지난 정부 공직자 토목수단으로 홍수 감당 못한다더니 정권 바뀌고 표변"
그는 또 “서초구청과 서울시 해명을 보면 우면산은 물이 많은 육산이라고 하는데, 토사가 많다는 걸 알면 생태공원이니 산책로보다는 그에 맞는 방재 대책을 세웠어야 마땅한 것 아니냐”며 “숲도 강과 함께 ‘물그릇’이라는 점에서 물을 잘 머금을 수 있도록 나무를 심고 가꿨어야 하는데 사유지가 많다는 핑계로 이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은 특히 “강 줄기 본류를 파고 댐 같은 보를 쌓아 물그릇을 키워 홍수를 막는다는 게 4대강 사업의 구실인데, 이번 사태로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우리 국토 전체가 ‘물그릇’임이 입증됐다”며 “각 지역의 샘물부터 시작해 지류․지천이 흘러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을 이루기 때문에 이곳을 잘 정비하면 4대강 본류가 넘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토 전체가 물그릇이기 때문에 무작정 댐이라든지 제방을 높이 쌓는 물리적, 토목적 수단으로는 더 이상 기후 변화 시대에 홍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정권 때 건설교통부(지금의 국토해양부)․환경부 공직자와 학자들이 해 온 얘기인데, 정권이 바뀌자 갑자기 표변했다”며 “공직자가 도대체 누굴 위해 봉사하고 있는 것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언론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일부 보수언론과 정부가 ‘이번에 큰 비가 내렸지만 한강에서는 홍수가 안 났다’고 선전했는데, 강의 본류에선 홍수가 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번에 범람한 곤지암천, 신천 등은 경기도의 지방 하천들로, 홍수는 본류가 아니라 지류․지천에서 발생한다는 게 그대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 '4대강 공사로 홍수 안전' 보도…지류·지천에서 홍수 발생
또,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가 상륙했을 때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지만 광화문 침수에 가려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언론의 환경 감시 기능이 미흡했다”며 “때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뒤늦은 훈계식 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일침했다. 그는 “SNS가 활성화된 한국 사회에서 지금의 언론 관행으로는 시민들도 쫓아갈 수 없다”며 “기자들은 기자실에만 박혀 있을 게 아니라 현장에 가고, 환경 분야에 대한 공부도 부지런히 해야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예방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강이나 하천의 범람을 ‘동맥경화에 걸려 핏줄이 터진 것’으로 비유했다. 비가 내려 물이 불어났을 때 넘치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넉넉하게 주변 공간을 유지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외부로 흘러 넘친다는 것이다.
“‘물그릇’ 줄이는 개발 멈추고 둔치 기능 인정해야”
또, “일본식 한자어인 ‘고수부지’(우리말로는 둔치)는 ‘큰물이 날 때만 물에 잠기는 하천 언저리의 터’라는 뜻”이라며 “원래 하천의 공간이라는 건데, 사람들이 이곳을 주차장이니 공원이니 온갖 세금을 들여 개발하다 보니 홍수도 나기 쉽고 복구에도 돈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수를 막기 위해서는 “인간이 과도하게 이용하기보다는 자연의 본래 기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공간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 오면 침수되는 지역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침수흔적도를 공개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 위원은 “큰 비가 왔을 때 지자체마다 어디가 얼마나 물에 잠겼는지 지도에 표시하게 돼 있는데, 땅값과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침수흔적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이 자기가 살고 있거나 이주할 곳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땅값,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빗물을 빠르게 하천으로 빼내면 된다는 낡은 관념의 치수 행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단기간에 외양을 가꾸는 디자인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부터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에선 주민들이 하천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들고 인센티브를 주는 ‘주민 참여형’으로 하천 유역 관리를 유도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가 할 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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