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최근 안성시민장학회 이사회가 장학사업을 수행할 재단의 설립을 의결하고 주무관청인 경기도교육청에 설립신청한 바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재단화한 것이 내용과 형식에서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여러 맹점과 폐단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재단을 설립하면 공직선거법의 저촉을 피해 합법적으로 시민들로부터 출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우려 또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단 설립 추진이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고하거나 되돌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지난한 일이라 판단되지만, 재단 설립이 유일하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다른 각도에서 곱씹을 여지가 있다고 여겨, 본인의 의견을 여기에 제출하고자 합니다. 두루 살펴보시고, 본인의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도록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만큼,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사안이기 때문에 행정적,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형식적인 답변이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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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우려되는 점은, 재단으로 설립인가를 받는 순간 안성시민의 세금 60억원(출연금)에 대해 안성시가 영구히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개인의 권리 하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공적 자산인 상태로 있기는 하겠지만, 더는 60억원이 안성시민의 돈이 아니라는 사실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추후 상황이 변하여 현재의 장학재단 운용 방식보다 더 나은 대안이 도출되거나, 새로운 시민들의 바람과 요구가 대두된다고 해도 이제 더는 이 돈을 단 1원도 안성시가 (설사 장학 목적이라 할지라도) 임의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안성시가 관리하건 교육청이나 중앙정부가 관리하건 모두 공적 재산인데 그게 뭐 문제인가 하는 얘기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경기도에서 예산을 편성할 때 각 지자체에서 치열하게 로비까지 벌여가며 자기 지역으로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순진한 발상이겠지요. 이런 문제를 인식한 다른 지자체의 경우 재단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기금 운용 형태로 장학사업을 시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둘째, 재단이 되면 안성시와 안성시민들의 감시시스템에서, 적어도 형식적으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다시 말해, 재단이라는 형식을 취하게 되면 법적으로 안성시의 자체감사는 물론이고 시의회나 시민의 직접적인 감시와 견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안성시민의 세금으로 안성지역에서 특정 사업을 수행하는 데 안성시, 안성시의회, 안성시민들이 직접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재단에 자체 감사 기능이 있고, 이사 중 소수의 공익위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말이지만, 감시와 견제라고 하는 기본적인 사회적 룰은 공적 영역에서 상시로 부패와 비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 아니겠습니까?
셋째, 재단 설립이 그렇게 급한 일이었는가 하는 점도 되짚어 볼 문제입니다. 우선 60억원의 출연금을 <재난관리기금> <여성발전기금> <문화예술발전기금> 등과 같이 10개 남짓 되는 기존의 안성시 특별회계 기금과 유사한 운용 형태로 우선 시행해 보고 문제가 불거지거나 불가피성이 대두될 때 그때 가서 (60억원을 출연하고서라도) 재단 전환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한 현행 기금 운용의 경우, 수혜 단체의 대표자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하여 지원대상자를 선정한다거나, 특정단체 특정개인에게 지원이 치우치는 고질적인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지만, 이는 명백히 운영 상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넷째, 요컨대 60억원의 막대한 세금을 타 기관(경기도교육청)에 귀속(출연)시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고유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기금들의 경우 대부분 관리주체(위원회)와 법적 근거(관련 조례)를 두고 있는 바 그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재단이면 특정인(들)의 영향을 덜 받고, 위원회면 더 받을 것이라는 일반론적인 견해를 본인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재단이건 위원회건 장학사업 본연의 취지를 살려 공평무사하게 운용하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독립성과 자율성의 담보가 초미의 관건이겠지요. 시민들이 지혜를 모으고 지역사회가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한다면, 위원회 형태로 간다 해도 외부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할 방안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막중한 권한을 행사하는 이사장의 문제입니다. 퇴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는 하나 재단이사장에 현직 공무원을 선출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설립인가를 받을 때 교육장이기 때문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단이 이익단체도 아니고, 그것도 공신력을 지닌 지자체가 시민의 뜻을 받들어 설립 추진하는 장학재단일진대 법적 요건의 구비가 문제이지, 이사장 얼굴 봐서 인가를 내주거나 안 내주는 관청은 대한민국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장학재단의 경우 법에 따른 유일한 관리주체가 교육청인데 교육청의 고위간부 출신이 피감독 대상 재단의 대표자가가 되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인지 의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구나 일각에서는 현재 이사장이 된 유 모씨가 공직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선거 국면에서 관변을 움직여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지역 야권으로부터의 지적도 있었습니다. 공무원 또한 시민인 건 분명하지만, 시민의 뜻을 받들어 추진하는 장학사업의 대표자로 현직 교육장을 선출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이제 막 첫단추를 끼운 이 사업의 의미와 취지를 퇴색시키지 않을까 우려되어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이 점, 이사장 개인의 인격과 양식에 관한 문제제기가 아니기 때문에 오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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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아울러 장학재단 이사회에 차제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대부분 안성시의 추천으로 위촉되긴 했다 해도 재단의 이사들은 시민으로부터 대표성을 위임받은 숭고한 책무를 안고 있는 분들입니다. 어떤 형태로건 장학사업 시행이 본 궤도에 오르면 이사들은 회의 참가수당을 받게 될 것입니다. 1인 1회 7만원으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이 수당 또한 장학금으로 사용되어야 할 출연금의 이자에서 지출되는 것이지요. 현재, 감사 포함한 이사진이 총 17명인데 이중 이중급여 대상자 2인을 제외한 15인의 수당이 모이면 1회 회의 때마다 100만원 남짓, 1년 회의를 평균 5회로 가정할 경우 연간 50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동의하실 거로 생각합니다만, 장학재단 이사는 명예, 봉사직에 가깝고, 따라서 수당은 임금 개념이라든가 노동의 대가와는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수당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일전에 지역의 한 관변단체가 세금을 받아 추진한 특정사업의 경우 사업추진을 위한 정식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1년여 동안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회의를 무려 19회나 소집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용역수행 단체의 대표와 안성시의 실무자가 동석한 자리에서 스스로 법적 수당의 2~3배인 14~21만원씩으로 하자고 결의한 후 불법적으로 1인당 최소 200여만원에서 최고 400여만원 씩 받아가기도 했었지요.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서, 이미 사업비가 이 단체의 계좌에 입금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의 실무자가 묵인하고 단체의 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빼 쓸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지요. 이와 같은 부당한 수당 뿐만 아니라, 갖은 명목으로 사업비를 흥청망청 불법적으로 탕진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사업이 파행을 맞게 되었고 예산도 많이 부족하게 되어 안성시에 추가 예산을 요구하는 도덕적 해이와 법적 일탈을 일삼고 있는 바, 사업이 종료된 후 안성시가 마땅히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소 논제를 벗어났습니다만, 장학재단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자발적인 결정이 시민들의 출연과 기부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회의참가수당을 자발적으로 장학금으로 재출연하면 어떻겠습니까? 이 경우, ‘이사회장학금’이라는 명칭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결정은 몇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더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안성시와 이사회는 60억원의 시민 세금을 출연하면서 재단을 설립하여 시민들의 자발적인 출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지금까지 안성시 산하 90여 개의 위원회가 회의수당을 공익적으로 사용했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은 바 없습니다 - 물론, 시민단체에 소속된 일부 인사들은 회의수당을 사적으로 취하지 않고 소속단체에 특별회비 형식으로 기부하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회의 참가 수당은 정당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목적이 옳다고 해도 개개인의 이사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사회의 깊은 성찰과 자발적인 결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시민의 한 사람 입장에서 희망하고, 또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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