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시민연대 ::::::::::::

백령도일까, 경기도일까, 서울일까?

남한 정부가 20일과 21일 가운데 하루 연평도에서 포 사격 훈련을 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대응을 보일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이 남한의 사격훈련에 대응사격을 한다면 그 대상이 어디인지도 관심거리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인민군은 이미 17일 남북장성급회담 북측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연평도에서 계획하고 있는 해상사격을 즉각 중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연평도 포사격을 강행할 경우 공화국(북한)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북한은 지난 11월23일 연평도에 대한 포격 전에도 경고를 했던 만큼, 남한군의 이번 연평도 포사격훈련 때도 대응 사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유엔 안보리가 연평도 사격훈련 계획과 관련해 러시아의 소집요청으로 19일(현지시각) 오전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도 남북 양쪽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를 되돌아보면 사태는 일전을 피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남한은 이제 포 사격 훈련을 피하기 어려운 길로 들어선 듯하다. 남한 국방부가 이미 여러 차례 사격 훈련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훈련을 접는다면 국내 보수층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한미연합훈련 때도 포사격을 공언했다가 미국의 반대에 부닥쳐 포 사격을 중단한 바 있다. 그때 당시도 대북 정책에서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는 보수진영의 반발이 있었다. 연평도 사태 대응을 잘 못한 점 등을 이유로 국방부장관까지 교체한 상태에서 국방부가 물러서기는 더욱 어렵다.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은 19일 국방부 기자들과 만나 “과거 구한말처럼 약소국이었을 때는 강대국의 말에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최근 러시아가 포 사격 훈련 자제 요청을 한 것이 고려 대상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외길 수순을 밟아 분쟁 위험성을 높이는 데 대해 평화관리자로서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북한의 여러 움직임으로 볼 때 북한도 어떤 형태로도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지난 11월23일 연평도를 겨냥한 포격이 북한의 ‘전술변화’가 아닌 ‘전략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 기초한다. 북한이 이명박 정권 들어 3년 가까이 ‘유화정책’ 혹은 ‘북한식 햇볕정책’을 폈으나 남한 정부는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정책을 노골화했다. 이에 따라 북한도 남북 화해 정책 기조를 접고 군사력을 동원한 대남 강경정책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전략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과 군사․외교적인 측면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을 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방중을 하면서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등을 개발하는 중국 정부의 ‘동북진흥정책’에 북한이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의 경제력을 고려하면 중국 당국이 북한에 한해 몇십억달러를 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면 남한은 경제교류 대상으로 가치를 상실하게 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때는 남북경협이 북한의 무력행동을 제어하는 제어장치로 작용했으나, 이제 남한 당국은 그런 제어장치를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군사․외교적으로도 북한의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 포위전략을 취하는 미국과 이를 뚫으려 노력하는 중국의 전략적 갈등의 틈바구니를 북한이 잘 포착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력이 커짐에 따라 중국을 에워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베트남과의 관계 긴밀화, 한-미-일 3각 군사동맹 강화 등은 모두 대중국 포위전략으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런 봉쇄전략을 뚫고자 하고 있으며, 북한은 바로 중국의 그런 ‘욕구’를 잘 읽어내 연평도 포격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중 봉쇄를 깨고자 하는 중국은 북한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군사행동을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확전 방지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번 연평도 사태 이후 중국이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을 남북한에 특사로 파견해 사태 수습에 나선 것도 중국의 다목적 전략으로 읽힌다.

이런 정세변화에 기초해볼 때 북한은 이제는 군사력을 동원해 미국과 남한을 대북 협상테이블에 불러오겠다는 쪽으로 전략 변화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의 정책이 ‘대남 유화정책→남북관계 개선→6자회담 및 북미대회→평화협정 논의’이었다면 ‘대남 유화정책→남북관계 개선’ 정책을 ‘한반도 군사적 긴장 강화’로 바꿔 ‘6자회담 및 북미대화→평화협정 논의’로 나아가겠다는 변화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근거한다면 남한의 연평도 사격 훈련에 대해 북한이 대응 사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어디를 겨냥할까? 우선 연평도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지금까지 극적 효과를 높임으로써 자신들의 행동의 영향력을 극대화해왔다고 볼 때, 이미 한번 사용한 ‘연평도 카드’를 다시 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카드로 쓸 수 있는 것들은 △NLL 이남의 해상을 겨냥한 포격이나 △백령도, 경기도 일원 아니면 극단적인 경우 서울을 겨냥한 포격일 가능성도 있다. 어떤 카드를 사용하든 남한의 전폭기가 북한의 개머리 해안을 비롯한 포 발사 기지를 타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때 북한도 전투기를 동원한 대응에 나서 군사적 충돌의 긴장도는 극단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특히 북한이 경기도나 서울 등 내륙을 대상으로 포격을 한다면 전면전 가능성까지 점쳐질 것이다. 따라서 북한도 쉽게 이 카드를 꺼내들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러 차례 방북 경험을 가진 한 언론인은 “중국과의 최근 밀착도나 전쟁을 하면 공멸한다는 확전 반대 의식,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의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은 내륙지방을 대상으로 대응 사격을 하더라도 전면전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나 서울도 100% 안전한 것을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전쟁은 치밀한 예방전략을 짜더라도 우발적으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이때 남북 당국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국내외 평화세력이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지만, 국내적으로도 중앙정부가 ‘모험적인 행동’을 계속 한다면, 인천광역시나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라도 평화를 위한 선언 등에 나서 전쟁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충돌이 격화되면 실제로 인명 희생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포함하고 있는 인천과 경기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