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김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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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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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포도주의 브랜드 이름 ‘꼼빼,’ 이대로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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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포도주의 브랜드 이름 ‘꼼빼,’ 이대로 좋을까
오랜 역사적 전통이나 종교적 순교정신과 어우러진 안성포도는 단순한 농산물을 넘어 안성지역에는 포도와 포도생산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안성에서는 매년 포도축제도 열리고 안성포도를 기념하는 홍보관도 들어섰고 안성포도의 연원과 전통을 널리 알리는 여러 이벤트들이 개최되고 있다.
며칠전 안성시 서운면 포도영농조합법인에서 야심차게 만든 포도주를 소개한 신문기사를 접했다. 기사의 요지는 안성포도의 역사성이나 기후환경으로 인해 그 포도를 발효해 빚어낸 ‘꼼배’ 포도주가 ‘스페셜하다’는 것이었다. ‘꼼배’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아마도 안성시(농업기술센터)나 서운면 포도영농조합법인의 관계자가 건네준 자료를 그대로 기사에 옮겨적은 것으로 보인다.
“안성의 꼼베는 고종 38년 프랑스의 선교사로 와 포도나무를 심은 꽁베르 신부 이름의 Com과 축제, 페스티발(festival), fe의 합성어로 지어진 이름이다.”
또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포도주 생산자측에서 제작하여 신문지상에 광고한 꼼페의 광고지에는 “안성맞춤 장인정신으로, 안성포도의 역사와 자존심으로 숙성된 술 고품격 꼼빼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술이 되겠다”는 야무진 포부와 함께, 꼼빼는 “프랑스에서 안성으로 온 천주교 신부 콤벨트 신부의 ‘com'과 축제의 페스티발의 ’fe'의 합성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110여 년 전 안성으로 건너온와 포도나무를 전래한 프랑스 신부의 이름이 '콤벨트/꽁베르'도 아니며 그의 이름 어디에도 "com"이라는 표기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안성에서 살고 있는 안성사람으로써, 안성포도주가 세계의 포도주로 발돋움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러나 과연 안성포도주를 이런 브랜드 이름으로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시장에 내보내도 되는 걸까.
물론 이 포도주를 생산한 서운면포도영농조합 관계자에게도 전화로 그 신부의 이름(정확하게는 성이지만)이 '공베르'(Gombert)이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 우리도 다 안성시와 안성성당에 자문을 구했다, 두 기관 모두 '꼼벨트'(Combert)가 맞다고 했다"며, 웬 ‘듣보잡’이냐는 투로 답변했다. 안성시와 안성성당이 맞다고 했으면 그만인 게지, 당신이 뭘 안다고 나서냐는 태도였다. 늘 그렇지만, 이런 태도 앞에서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눌 마음이 없어진다.
앙투안 공베르(Antoine Gombert, 1875~1950)라는 역사적 인물을 ‘꼼벨트’ 또는 ‘꽁베르’(Combert)로 읽고 표기하는 것은, 예컨대, ‘毛澤東’이라 쓰고 이를 ‘모택동’이라 하는 것이 맞느냐, ‘마우쩌뚱’이라고 하는 것이 맞느냐를 따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문제다. 모두가 프랑스어 표기와 발음에 익숙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 포도를 전래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고 하는 브랜드 이름이라면 그 이의 이름 정도는 바르게 표기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니콜라 공베르(Nicolas Gombert)와 같은 유명한 르네상스 작곡가도 있긴 하지만 사실 공베르는 프랑스에서 그리 흔한 성씨(姓氏)는 아니다. 프랑스 남부 랑그독루시옹 지역에서 지금도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는 공베르 선생의 후손도 서운면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들이 방문했을 때 이 포도주는 당신들의 조상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다 라고 자랑도 하고, 공베르 선생을 추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빌어 만든 포도주이니 고향으로 돌아가 나눠마시라고 선물도 하지 않았을까. 만일 그랬다면 …창피한 일이 아닐른가.
아무런 문화적 역사적 지리적 의미부여 없이 단순히 발음만을 고려해 만들어낸 이름이라면 맘에 들건 말건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주 구체적으로, 1세기 전 안성에 와서 포도나무를 전하고 간 신부(A. Gombert)를 특칭해서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포도주 브랜드명이라고 만천하에 공표하면서 엉뚱한 단어(Com-)를 조합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발음의 순화나 청각적 울림의 수월성, 또는 그 밖에 여러 이유로 인해 표기의 원칙을 벗어난 ‘안성맞춤’→‘안성마춤’이나 ‘나들이’→‘나드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카이우 블랑’(Caillou Blanc)은 프랑스의 유명한 포도주 산지인 보르도에 있는 개천을 따라 깔린 ‘흰빛을 띤 자갈’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누군가 이 포도주를, 가령, ‘카이우 느와’(Caillou Noir: 검은 자갈)라고 부른다면 이 포도주를 만든 곳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단절되고 이름에 얽힌 이야깃거리, 다시 말해 포도주의 문화적 이미지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정 포도주가 갖게 될 상품의 이미지를 스스로 차단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롱드 강변에 자리한 메독 지역의 마을 이름인 마고에서 생산하는 그랑 클뤼 1등급 고급 포도주인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의 상표에서 예컨대 ‘샤토 가고’라는 잘못된 고유명사 표기를 발견한다면 마고(Margaux) 마을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일이 될 게 불보듯 뻔한 일이다.
안성포도주의 상표이름은 단순히 민간사업자 또는 개인생산자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른 지역의 대표적인 토산품이 그렇듯이 그것이 안성 밖으로 나갔을 때는 안성의 얼굴이 되고 안성의 품격을 대변하는 문화적 이미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소한 실수 하나가 한 지역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할 잣대가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정말로 안성포도주를 ‘세계적인’ 포도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상표이름을 ‘공페’(GOM-bert + FE-stival)로 하거나, 더 나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고 바람직하다. (더 생각해 봐야 겠지만, ‘안성’을 의미하는 ‘샤토안’ 같은 이름도 괜찮을 것 같다)
혹자는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꼬장꼬장 오지랖넓게 별 참견이냐고 트집을 잡고 나설지 모르겠지만, 올바르지 않은 이름이라면, 그래서 바꾸어야 한다면 지금 바꾸는 것이 낫다. 나중에 어느 정도 브랜드 인지도가 각인된 후에는 바꾸기도 힘들고, 바꾼다고 해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엄청난 비용의 손실이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세기 전 안성에 포도를 전래한 공베르 선생을 기려, 그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라면 올바르게 표기하고 올바르게 읽는 것이 그의 업적과 생애를 새기는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출처: http://cafe.daum.net/charmbi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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