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불지기호人之不知己乎?
[2010-06-16 오후 4:10:00]
▲ 이중산 변호사
[독자시론] 때 이른 더위 속에 수많은 인재들이 봉사라는 깃발을 들었다. 그것도 치열한 싸움꾼으로. 그리고 끝이 났다. 이긴 자는 남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하는 부채를 떠안으면서 함박웃음을 피우고, 진자는 봉사라는 부채를 떠안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수많은 인재들의 편안하고 후덕하며 환하게 웃는 얼굴이 새겨진 걸개그림이 아이러니다. 돈 잃고 채무를 지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건 마는, 유독 정치판에서만은 돈 잃고 채무(봉사라는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을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워하니 말이다. 그 뒤에서 수많은 유권자들은 비수를 꽂는다. ‘이전투구’라고, ‘사기꾼’이라고, ‘도둑놈들’이라고 비난의 비수를 꽂는다. 반은 질시의 어투로.
패거리를 지어 무수한 언어의 홍수가 일어난다. 그 속에 협잡과 망언이 넘쳐난다. 그리고 막강한 힘으로 군림하면서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신도들을 거느린 전신(錢神. 돈)의 망령도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을 결코 사양하지 않는다.
결국, 사정당국의 칼끝은 끝내 다가오고, 교도소 담장을 거닐던 패거리는 좌불안석이다. 누가 그들로 하여금 그 담장에 서있게 하였는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그들의 슬프고 아픈 마음을 누가 알기나 하겠는가!
이유도 모르는 끝 모를 슬픔 속에 세상에 속한 사람인 나는, 문득 논어(論語)가 보고 싶다. 왜 일까? 제 몸의 사사로운 욕심을 이겨서 예로 돌아가자는 뜻이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克己復禮爲仁)
춘추시대에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가 공자에게 ‘자로(중유)는 정치에 종사할 만한 사람인가요?’ 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자로는 성품이 강직하고 결단성이 있어서 일을 처리함에 과단성(果)이 있으니 정치에 종사하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또 계강자는 ‘자공(단목사)은 정치에 종사할 만 사람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자공은 현명하여 사리에 밝고 고집스럽지 않아 막혀있지 않고 통달(達)한 사람이니 정치에 종사하는데 무엇이 어렵겠는가!’라고 말했다. 다시 계강자가 공자에게 ‘염구(염유)는 정치에 종사할 만 사람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염유는 생각이 깊고 전문가적인 재능(藝)이 많아 상황에 따라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니 정치에 종사하는데 무엇이 어렵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옛날 공자는 정치인이 갖추어야 최소한의 것으로, 과단성(果), 인품의 통달함(達), 전문가적인 지식. 재능(藝) 세 가지를 제시한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도는 세상이다. 그러하니 과단성을 논 한들 무엇 하겠는가. 과단성은 넘쳐서 탈인 세상이다.
통달함(達)이란 패거리에 매이지 않고, 무수한 이해관계를 녹여내는 사통팔달의 인품이다. 원래 당(黨)이란, 자파의 잘못은 감싸주고 눈감아 주며 다른 패거리를 깔아뭉개는 무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군자는 두루 사랑하며 패거리를 짓지 않는다(君子周而不比)고 하는 것이니, 통달한 사람이란 이른바 군자를 뜻한다 할 것이다.
전문가적인 지식·재능(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데 너무도 쉽게 잊는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을 처리하여야 함에 있어서 최소한 그 일을 처리 할 수 있는 지식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알아야만 면장(面長-아주 작은 행정 구역의 장)이라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사실 ‘알아야 면장(免牆-담장을 마주보고 서있는 답답한 신세를 면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참으로 전문가적인 지식과 재능이 있어야 면장(免牆)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지위에 오를 수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지위를 감당할 수 있는 자격 과 능력이 있는지를 걱정하며, 남이 알아 줄 수 있을 정도의 자격 과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라(不患無位 患所以立, 求爲可知也)는 것인데.
무더운 날씨에 걸개그림 속에서 환한 웃음 지으며 봉사의 깃발을 높이 치켜 든 그분들의 ‘과·달·예(果·達·藝)’는 어떠한가?
정치를 하는 자리에 있지 않으면 정치를 입에 담지 않아야 하고(不在其位 不謀其政), 자신은 올바르면서도 그 올바름으로 남에게 왜 올바르게 처신을 하지 않느냐고 공격하여 해치지 않고, 자신은 청렴하면서도 그 청렴함으로 남에게 왜 청렴하지 않느냐고 공격하여 상처를 입히지 않고, 자신은 곧게 행동하면서도 그 곧은 행동으로 남에게 왜 곧게 행동하지 않느냐고 공격하여 제 마음대로 하지 않고, 자신은 출세하고 영광되게 되었으면서도 그 출세하고 영광됨으로 남에게 너는 왜 출세하지 못하였느냐고 자랑하여 상처를 주지 않는(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耀)것이 군자의 도리이거늘, 광직(狂直)함에 또 입을 벌리는 우를 범하니.
이에 나는 나에게 말한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呵! 呵!
자치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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