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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현 소통과연대 대표 |
[기고] 지난 18일 안성의 농민들이 정부의 관세화를 통한 쌀 수입 전면개방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트렉터를 끌고나와 시가행진을 했다. 또한 24일에는 두원정공의 노동자들이 회사의 직장폐쇄, 폐업 협박을 철회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라며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안성이라는 소도시에서 노동자. 농민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거리에 나서는 일이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이는 우리 서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월 프란시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교황의 발언과 낮은 곳에 임하는 행보에서 우리들은 많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감명을 받은 것은 그의 발언이 새로운 진리를 밝혀서가 아니라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큰 어른인 교황이 300명의 생떼 같은 아이를 잃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노동자, 장애인, 청년 등 사회적 약자를 만나고 눈물로, 마음으로 위로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교황의 발언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로운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경제모델을 거부하기를 빈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현장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성에서 우리 이웃이 일하고 있는 두원정공이다.
두원정공은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이 없는 사업장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근무조건과 급여가 비정규직에 비해 좋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의 현실이 극도로 열악한 것이지 정부와 언론의 주장처럼 두원정공의 노동자가 귀족인 것은 아니다.
IMF이후 기업이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면화 되었다. 기업은 임금이 저렴한 국가로 생산설비를 이전하였고 국내에서는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동국대 김낙년 경제학과 교수가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올해 6월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현재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소득불균형이 가장 심한 미국(10%가 48.16%)에 근접하는 수치이며 일본(40.50%), 프랑스(32.69%)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한다. 1979~1995년 30%에 머무르던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2000년 35%를 넘어섰고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국가는 미국과 한국 정도라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작게 잡아도 상위 10%가 우리나라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합의이다. 중산층의 급속한 붕괴에 따라 국민의 소득과 삶의 질이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에 가장 적극적으로 연대한 것이 안성에서는 두원정공의 노동자이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시기에 시내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을 만난 것도, 세월호 특별법을 제대로 만들자는 서명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두원정공의 노동자이다. 두원정공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유지되고 소외된 사람들과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민주노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회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노조에 100여 항의 단체합의안 중 45개 항 효력중지, 단체협상 3년 중단, 무쟁의 선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직장폐쇄는 물론 폐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영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방기하고 노골적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려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와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제대로 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국의 각 지자체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함께 직간접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와 세수확보를 위해서다. 황은성 시장도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성에서는 대표적으로 제4산업단지에 KCC를 유치하기 위해 직접 지원금 30억2천만 원의 지원계획을 발표했으며 7억 5천만 원은 이미 지급되었다. 기반시설을 포함하면 100억 원이 훨씬 넘는 예산이 투여된다고 한다. 기업을 유치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좋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지역의 정치인은 물론 시민의 두원정공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이주현 소통과연대 대표
